[베팅 방법론 해부 ③] 지면 조금씩만 올린다? '순한 맛 마틴게일'의 정체
두 배가 무서우면, 조금씩 올리면 되지 않을까?
1편의 마틴게일, 기억날 거다. 지면 다음 판에 두 배. 10연패면 판돈이 1,024만 원까지 부푸는 그 방법이다. 무섭다. 그래서 사람들이 순한 버전을 만들었다.
달랑베르(D'Alembert)라는 방법이다. 규칙은 딱 하나. 지면 처음 금액만큼만 올린다. 만 원으로 시작해서 지면 2만 원, 또 지면 3만 원, 또 지면 4만 원. 두 배가 아니라 한 칸씩이다. (피보나치라는 사촌도 있다. 1, 1, 2, 3, 5처럼 올리는 방식인데, 골자는 같아서 이 글에선 달랑베르로 본다.)
확실히 덜 무섭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덜 무서운 대신, 뭘 내줬을까?
이름부터가 '착각'에서 왔다
잠깐 이름 얘기부터. 달랑베르는 18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수학자다. 근데 이 방법은 그의 업적이 아니라 실수에서 나왔다. 그는 이렇게 믿었다. "동전 뒷면이 계속 나왔으면, 슬슬 앞면 나올 때가 됐다"[확인 필요: 출처].
익숙하지 않나? "다섯 경기 연속 틀렸으니 이번엔 맞겠지"랑 같은 생각이다. 요즘은 이 착각에 이름까지 있다.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 동전은 기억력이 없다. 뒷면이 다섯 번 나왔어도 여섯 번째 앞면 확률은 그대로 50%다. 경기도 마찬가지. 지난 회차가 이번 회차 확률을 바꿔주지 않는다. "졌으니까 올린다"는 발상 자체가 이 착각 위에 서 있다.
순한 맛이 내준 것: "한 방 복구"
이제 아까 질문. 뭘 내줬을까? 직접 계산해보자. 만 원부터 시작해 5연패다.
- 걸었던 돈: 1만 + 2만 + 3만 + 4만 + 5만 = 잃은 돈 총 15만 원
- 다음에 걸 돈: 6만 원
여기서 6만 원을 걸어 이겼다 치자(배당 2.0이면 이익이 건 돈만큼, 즉 6만 원 생긴다). 자, 복구됐나?
잃은 돈 15만 원 − 되찾은 6만 원 = 아직도 9만 원 마이너스.
이겼는데도 여전히 한참 마이너스다. 마틴게일은 판돈이 무섭게 크는 대신 "한 번만 이기면 전액 복구"라는 약속이라도 있었다. 순한 맛은 판돈이 천천히 크는 대신 그 약속이 없다. 천천히 잃고, 천천히 되찾는다. 순하다는 말의 진짜 뜻이 이거다.
프로토에선 계산부터 안 맞는다
프로토 승부식으로 가져오면 문제가 하나 더 생긴다. 이 방법은 은근슬쩍 '맞으면 딱 두 배'(배당 2.0)를 깔고 간다. 근데 프로토 배당은 1.7, 2.3, 이렇게 제각각이다.
3만 원을 잃은 상태에서, 이번 경기 배당이 1.7이라고 해보자. 배당 1.7은 만 원 걸어 맞으면 1만 7천 원을 받는다는 뜻. 즉 이익은 7천 원이다. 그럼 3만 원을 한 번에 메우려면? 7천 원짜리 이익을 몇 번 모아야 3만이 되나 — 4만 3천 원쯤 걸어야 한다. 수열은 "다음 차례는 3만 원"이라는데, 배당은 "4만 3천 원 내야 하는데?"라고 답한다. 걸 때마다 이 어긋남이 쌓인다.
다음 판돈을 정해주는 건 수열이 아니라 배당이다. 배당이 매번 다른 프로토에서, 미리 짜둔 수열은 처음부터 안 맞는 자다.
그래도 건질 건 하나 있다. 위에서 한 계산, "이 배당으로 잃은 돈 메우려면 얼마 필요하지?"라는 나눗셈이다. 이걸 몇 번만 해보면 '복구'라는 게 얼마나 비싼 일인지 몸으로 알게 된다. 다음 편은 이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학문의 세계가 인정한 공식, 켈리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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