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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팅 방법론 해부 ⑤] 온갖 방법 다 써본 사람들이 결국 돌아오는 곳
1~2%
프로들의 유닛

[베팅 방법론 해부 ⑤] 온갖 방법 다 써본 사람들이 결국 돌아오는 곳

마지막 방법은, 방법이 없는 방법이다

이 시리즈에서 네 가지를 해부했다. 지면 두 배(마틴게일), 따면 두 배(역마틴게일), 지면 한 칸(달랑베르), 공식으로 계산(켈리). 넷 다 공통점이 있었다. 직전 결과를 보고 다음 금액을 바꾼다는 것. 그리고 넷 다, 프로토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부러졌다.

마지막 방법은 정반대다. 정액 베팅(flat betting). 규칙이 이게 전부다. 매번 같은 금액을 건다. 어제 맞았어도 같은 금액. 3연속 틀렸어도 같은 금액. 오늘따라 촉이 좋아도, 같은 금액.

허무하지 않나? 이게 무슨 방법이야 싶다. 근데 해외 베팅 교본들을 뒤져보면 같은 얘기가 계속 나온다. 프로들 대부분이 결국 이 방식을 쓴다고(해외 자금 관리 가이드 다수의 공통 서술). 왜일까.

앞의 넷이 어디서 넘어졌는지 떠올려보자

시리즈 내내 확인한 게 하나 있다. 금액을 어떻게 굴리든, 경기가 맞을 확률은 1도 안 바뀐다는 것. 마틴게일로 두 배를 걸어도 확률은 그대로고, 켈리로 계산해도 확률은 그대로다.

확률은 그대론데 금액만 출렁이면 뭐가 남을까. 위험한 우연 하나가 남는다. 하필 연패 중일 때, 하필 판돈이 제일 커져 있는 우연. 마틴게일이 무너진 자리가 정확히 거기였다. 금액을 바꾸는 시스템들은 기회를 만든 게 아니라, 그 우연이 터질 자리를 만들고 있었던 거다.

정액 베팅은 여기서 출발한다. "나는 다음 경기 결과를 모른다. 그러니 어느 한 판이 유독 커지는 상황 자체를 안 만든다." 화려한 약속은 없다. 대신 앞의 넷이 전부 걸려 넘어진 그 돌부리가, 여기엔 아예 없다.

진짜 알맹이는 '유닛'이라는 단어다

근데 "매번 같은 금액"이라고만 하면 반쪽짜리다. 그 금액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알맹이다. 해외 베터들은 이걸 유닛(unit)이라 부른다. 정하는 법은 간단하다.

  1. 먼저 전체 예산을 정한다. 예: 이번 시즌 100만 원.
  2. 그 예산의 1 ~ 2%를 '1유닛'으로 삼는다. 예: 1유닛 = 1 ~ 2만 원. (해외에선 1 ~ 5%까지 말하는 곳도 있지만, 프로일수록 1 ~ 2%에 머문다는 게 공통된 서술이다.)
  3. 매번 1유닛씩 건다. 끝.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 단위 하나가 두 가지를 바꾼다.

첫째, 질문의 순서가 뒤집힌다. 보통은 "이번 판에 얼마 걸까?"부터 생각한다. 유닛은 반대로 "전체 예산이 얼마지?"부터 시작한다. 잃어도 되는 총액을 먼저 긋고, 한 판 크기는 거기서 자동으로 나온다. 앞의 시스템들이 전부 '이번 판' 생각이었다면, 유닛은 '전체' 생각이다.

둘째,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금액이 매번 다르면 한 달 뒤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딴 날은 금액이 커서 딴 건지 판단이 좋아서 딴 건지 뒤죽박죽이다. 매번 1유닛이면 장부가 깨끗하다. "이번 달 40유닛 걸어서 37유닛 돌아옴." 내 상태가 숫자 하나로 보인다. 해외 프로들이 이 심심한 방법을 고집하는 진짜 이유가 이거다. 이기려고가 아니라, 재려고.

정직하게 말해둘 것

분명히 하자. 정액 베팅은 이기게 해주는 방법이 아니다. 확률은 여전히 배당 속에 있고, 프로토가 떼는 몫(환급률 50~70%)도 그대로다. 금액을 고정해도 그건 안 바뀐다.

정액 베팅이 바꾸는 건 딱 하나, 나 자신이다. 연패하면 판돈 올리고 싶은 손, 촉 좋은 날 다섯 배 지르고 싶은 손. 앞의 시스템들은 사실 그 손에 그럴듯한 명분을 줬다. 정액 베팅은 그 손을 묶는다. 어차피 확률은 못 바꾼다는 걸 시리즈 내내 봤다. 바꿀 수 있는 게 내 행동뿐이라면, 방법론이 관리할 것도 확률이 아니라 행동이다.

네 가지 시스템을 해부하고 남은 결론은 이거다. 금액 규칙이 확률을 이길 순 없지만, 좋은 금액 규칙은 나를 지킬 수 있다.

다음 편은 시리즈 마지막, 다섯 방법을 한 장의 표에 놓고 닫는 총정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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