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방법론 해부 ④] 천재들이 만든 베팅 공식이 있다는데, 프로토에 써먹으면?
"얼마 걸지"를 정해주는 공식이 있다
지금까지 해부한 방법들은 전부 도박판에서 태어났다. 마틴게일도, 역마틴게일도, 달랑베르도. 근데 이번 건 출신이 다르다. 켈리 공식(Kelly Criterion). 1956년 미국의 유명 연구소(벨 연구소)에서 켈리라는 과학자가 논문으로 발표했고, 나중엔 헤지펀드 하는 사람들까지 갖다 쓴, 족보 있는 공식이다.
이 공식이 하는 일은 하나다. "이번 판에 돈을 얼마나 걸까?"에 숫자로 답해준다. 자판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에 재료를 넣으면, 아래로 "네 돈의 몇 %를 걸어라"가 나오는 자판기.
자판기에 넣는 재료는 두 개다
재료 하나: 배당. 재료 둘: 내가 생각하는 이 팀의 진짜 승률.
프로토에서 흔한 배당 1.85짜리 경기로 해보자. 배당 1.85는, 뒤집어 읽으면 "이 팀 승률이 54%쯤 된다"는 시장의 생각이다(1 ÷ 1.85 ≈ 54%).
자, 여기서 내 생각이 등장한다.
- 시장 생각: 이 팀 승률 54%
- 내 생각: 아니지, 이 팀 60%는 이겨
이 둘을 자판기에 넣으면 답이 나온다. "네 돈의 13%쯤 걸어라." 내 생각이 65%라면? "25% 걸어라." 시장보다 내가 더 안다고 믿는 만큼, 더 걸라고 한다. 오, 그럴듯하다.
근데 잠깐. 방금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 부분이 있다. "내 생각엔 60%" — 그 숫자, 어디서 났지?
솔직한 재료를 넣으면, 답이 이상해진다
느낌 말고 근거를 대보자. 이 시리즈에서 계속 본 사실이 있다. 배당은 수만 명의 정보가 모여 만들어진 숫자고, 개인이 그보다 정확히 아는 건 아주 어렵다(기존 글 '배당, 당신이 보는 순간 이미 늦었다' 참고).
그러니 솔직하게 인정하고 재료를 다시 넣어보자. "내 생각도 시장이랑 같아. 54%."
자판기가 뱉는 답: 0원.
농담이 아니라 진짜 0원이 나온다. 켈리 공식은 "네가 시장보다 더 아는 게 없으면, 걸 이유도 없다"고 답하는 공식이라서다. 심지어 한 발 더 있다. 배당 1.85 속의 54%에는 프로토가 떼 가는 몫이 섞여 있어서(환급률 50~70%), 그 거품을 걷어내면 실제 시장 생각은 54%보다 낮다. 그러면 자판기 답은 0원에서 더 내려가 마이너스가 된다. 공식이 대놓고 "이 판은 계산상 밑지는 판"이라고 말해주는 거다.
마틴게일은 판돈이 터져서 무너졌고, 달랑베르는 착각 위에 서 있었다. 켈리는 안 무너진다. 대신 무섭게 정직하다. 근거 없는 확신엔 금액도 없다.
그래도 이 공식이 남기는 것
그럼 켈리는 프로토에서 꽝인가? 건질 원리가 하나 있다. 거는 돈은 확신의 크기를 따라가야 하고, 그 확신은 숫자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오늘 느낌 좋은데?"는 확신이 아니다. "배당은 54%라는데 내 계산은 60%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게 확신이다.
재밌는 게 하나 더 있다. 이 공식을 실제로 쓰는 해외 프로들조차 자판기가 내주는 금액이 너무 세다고 봐서, 답의 절반이나 4분의 1만 거는 걸(분수 켈리, fractional Kelly) 표준처럼 쓴다. 공식을 만든 동네에서도 결론은 "계산보다 한 발 겸손하게"인 셈이다.
켈리 공식이 프로토에 주는 건 금액이 아니라 질문이다. "네 확신, 숫자로 말할 수 있어?"
다음 편은 시스템의 반대말인데 해외 프로들이 실제로 제일 많이 쓴다는 방법, 정액 베팅(플랫 베팅)이다.
글에서 다룬 계산, 직접 해볼까요?
조합 찾기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