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배냐 역배냐, 그 오래된 싸움 — 만 경기 데이터로 채점해봤다
끝나지 않는 싸움
프로토 커뮤니티엔 유행을 안 타는 떡밥이 하나 있다. 정배 vs 역배.
"낮은 배당 차곡차곡 먹는 게 답이다" — 정배파. "그 배당 먹어서 언제 버냐, 터질 놈 하나 잡는 게 낫다" — 역배파.
몇 년째 결론이 안 나는 싸움인데, 사실 채점지가 있다. 국내의 한 개발자가 베트맨이 공개하는 경기별 구매율·배당 데이터를 2019년 1년치 통째로 긁어모았다. 취소 경기 빼고 9,352경기. 그리고 단순한 실험을 돌렸다. 매 경기 100원씩, 1년 내내 사람들이 많이 산 쪽(정배)에만 걸었다면? 반대로 적게 산 쪽(역배)에만 걸었다면?
채점 결과: 둘 다 잃었다. 그런데 지는 폭이 다르다
| 1년 실험 | 넣은 돈 → 회수한 돈 | 손해율 |
|---|---|---|
| 정배에만 | 93만 5천 원 → 82만 8천 원 | 11% |
| 역배에만 | 93만 5천 원 → 78만 1천 원 | 16% |
둘 다 마이너스인 건 예상 범위다. 배당엔 떼이는 몫이 처음부터 들어 있으니까(환급률 얘기, 기존 글들에서 계속 봤다). 진짜 이상한 건 이거다. 같은 경기들인데 왜 역배 쪽이 5%p나 더 잃었을까? 떼이는 몫이 같다면 어느 쪽에 걸든 손해율도 비슷해야 하는 것 아닌가?
종목별로 보면 차이가 더 선명하다. 역배의 손해율은 야구 16%, 축구 15%, 배구 16%, 그리고 농구는 20%. 정배 쪽(10~13%)보다 어느 종목에서나 나빴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한결같다.
77년 전에 이미 이름이 붙었다
우연이 아니다. 이 현상, 해외 학계에 이름까지 있다. 페이버릿-롱샷 편향(favourite-longshot bias). 우리말로 하면 '인기마-복병 편향'쯤 된다.
1949년, 미국의 심리학자 그리피스가 경마장 베팅 데이터를 들여다보다 이상한 걸 발견했다(미국심리학저널 게재). 사람들이 복병(고배당 말)에는 실제 이길 확률보다 돈을 많이 걸고, 인기마(저배당 말)에는 덜 걸고 있었던 것. 이후 77년간 전 세계 경마장, 축구, 테니스로 무대를 바꿔가며 확인하고 또 확인했는데 결과는 거의 늘 같았다. 장기적으로 인기마 쪽은 5% 안팎을 잃는 데 그치는 반면, 극단적인 복병 쪽은 40%까지 잃는 경우도 흔했다(미국 경마 560만 건 분석 연구 등).
왜 이럴까. 답은 싱겁다. 8배가 터지는 상상은 짜릿하고, 1.3배 먹는 건 시시해서다. 사람들은 짜릿한 쪽에 지갑을 더 열고, 돈이 몰린 만큼 고배당 쪽 배당엔 거품이 더 두껍게 낀다. 한국 커뮤니티의 "역배 사냥" 문화가 만드는 그 쏠림을, 미국 경마장은 80년 전부터 하고 있었던 거다. 2019년 베트맨 데이터의 5%p 차이는 그 오래된 현상의 한국판인 셈이다.
"그럼 정배 가면 되겠네?" — 여기서 미끄러지면 안 된다
데이터를 다시 보자. 정배도 11%를 잃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정배가 이득"이 아니다. 어느 쪽에 서든 거품 위인 건 같고, 다만 거품의 두께가 다르다는 것이다. 저배당 쪽은 얇게, 고배당으로 갈수록 두껍게.
그리고 정배·역배라는 말 자체를 한번 의심해볼 만하다. 저 실험에서 정배는 "남들이 많이 산 쪽"이었다. 남들을 따라가기만 해도 잃었고, 남들과 반대로만 가도 잃었다. 방향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정배냐 역배냐는 방향의 문제고, 배당은 두께의 문제다. 물어야 할 질문은 "어느 쪽이냐"가 아니라 "이 배당엔 거품이 얼마나 꼈냐"다.
그 두께는 직접 잴 수 있다. 배당을 1로 나눠 확률로 바꾸고, 승·무·패 세 칸을 더해 100%를 얼마나 넘는지 보면 된다(계산법은 기존 무승부 편에서 다뤘다). 정배파와 역배파가 싸우는 동안, 그 나눗셈을 해본 사람만 다른 화면을 보고 있다.
글에서 다룬 계산, 직접 해볼까요?
조합 찾기 열기